PHOTOESSAY/여행STORY

단양 구인사

imfree21 2025. 3. 23. 21:04

사찰 들머리 동네에서 숙박을 한 뒤 새벽에 구인사를 찾았다.

한 바퀴 돌고 난 후 느끼게 되는 건 사찰 안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흡사 구인사는 거대한 숙박업소 인 것 같다는 느낌.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른 아침 시간이고 낯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거리낌없이 아침 공양을 제공했다. 모두가 친절하다. 정기적으로 며칠 간 씩 머무르는 신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전국에서(특히 경상도 남쪽에서) 모인 신도들이라는 것을 아침공양하는 중 주변의 대화를 들으며 알게 됐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서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삷의 과정에서 마음을 달래고자, 일상의 소망을 이루고자, 또는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러 온 이들이겠지만 그들은 훌륭한 봉사자들이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청소도 하고 공양간의 일들을 돕기도 했다. 사진촬영만 아니었으면 나와 와이프도 주방의 일을 돕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였다. 내려오는 중 숙소 앞 청소를 하던 여자노인(시집 온 20세 때부터 50년 넘게 구인사를 다녔다는 노인)에게 구인사의 역사와 분위기를 들었다. 계곡 중턱에서 초가 한 채로 시작했다는. 주로 듣고 있었는데 본인의 이야기가 깊어지다보니 나라 걱정을 하는 단계로 옮겨가더니 급기야

"나라가 혼란스러워 걱정이다. 공산주의자들이 나라를 망가뜨리려고 한다.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한다."

며 스스로 격앙된다. 아하! 지역으로 나뉘어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 올려진다. 노무현 정권 이후로 옅어진다고 생각했던 지역갈등을 요즈음의 정치는 다른 방식으로 조장하고 강화하고 있구나! 이 처럼 선하고 예의 바르며 불심에 정성이고 봉사정신 강한 노인네의 입에서 적대적 감정을 동반시키는 마음 속의  그 것은 도데체 무엇인가. 선과 악은 서로 달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불 붙힌 도화선이 마음의 어느 곳에 연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생각과 함께 다른 관점에서 한나 아렌트가 분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 오른 것은 왜 일까?     

 

구인사는 천태종의 본사이다. 사찰을 돌아보는 내내 석가모니보다 창건대사가 더 추앙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찰의 규모나 건축양식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찰의 모습이 아니다. 몇 개 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운영되는 사찰모양의 건축물이 존재한다. 입구의 일주문에서부터 눈 앞으로 펼쳐지는 사찰 전경의 디자인이 중국의 견고한 성 안으로 진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는 순간, 저 거대한 중국의 '함곡관'을 떠올렸다. 중원과 진나라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던 천혜의 요새 함곡관은 감히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초한시대 유방은 이곳을 넘어 진나라를 쳤으며,  항우가 다시 이곳을 넘어 유방을 제어하고 진왕과 진의 세력을 제거하여 진나라를 무너뜨렸다. 

이 처럼 구인사는 색다른 사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