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산행STORY

서울둘레길 은평코스

imfree21 2025. 3. 2. 20:10

"오늘은 어디 안 가세요?

아점을 먹으며 한 딸내미의 질문에 와이프는 순발력 발휘해, 

"서울둘레길 걸을거야!"

그야말로 엉겹결에 튀어나온 듯하다. 왜냐하면 어제 천마산을 빡세게 다녀왔기 때문이다. 

"오늘도 산에?"

아들도 놀라는 눈치.

"어? 홍릉수목원 가 볼까했는데?"

천마산에서, 늦은 겨울과 이른 봄날 눈 속에서 핀다는 복수초의 '복'자도 못보고 온 뒤라 어제밤부터 홍릉수목원의 복수초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터였다. 

"아니! 서울둘레길 남은 코스 걸어야 돼. 당신만 홍릉으로 가시요!"

아이들 앞에서 힘주어 말했으니, 이제 뒤로 물러설 수도 없나 보다. 내가 둘레길에 동참하기로 했다.  

오늘 아점은 며칠 전부터 '굴보쌈' 파티를 하자고 어렵게 날을 잡은 터라 맛과 분위기 좋은 즐거운 식탁 위의 굴보쌈 요리와 함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만찬은 끝나고 잠시 휴식 중 와이프가 정한 출발예정시간 1시가 되었다. 난 잠깐 올해의 사진집 작업을 위한 검색을 마치고 일어났다. 

"자~ 출발하자구. 준비해."

와이프는 소파에 등 기대고서 꾸벅꾸벅하다가 놀래서 혀가 말리는 발음으로

"아우 졸려. 오늘 꼭 가야 하나~"

본인이 강하게 발표해 놓았으니 자존심까지 걸려있으리라. 바야흐로 자기 덫에 자기가 빠져 고민하는 중인데 몸이 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결정했냐고 저항하고 있는 듯. 

"망설여 질 때는 행동하는 것이 좋은 것!"

 

이래서 봄비 날리는 영동교 아닌, 봄비 쏟아지는 서울둘레길(삼각산둘레길이기도 하다) 은평코스를 우산도 받지 않고 다녀 왔다는 이야기.

 

감나무

선림사 대웅보전

묘비명의 주체 : (오른쪽)天父, 天地父母, (가운데)地母, 天地母, (왼쪽)天地.

이 소나무도 올 습설에 꺽였었나보다. 보기좋게 절단하기는 했는데.

삼각산의 맹금류. 까마귀.

다박솔의 잎에 물이 오르고 있다.